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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7-15본문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 마거릿 생스터, <하지 않은 죄> 중에서
판결문 속의 한 문장
그분은 두 번의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대여금 청구 소송, 그리고 사해행위 취소 소송.
판결문을 받아든 그분은 천천히 그것을 읽으셨습니다. 한 문장씩 짚어 오시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추셨습니다.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면탈할 의도가 있다고 보이는 점?? 변호사님, 이 말이 무슨 뜻인가요?"
강제집행면탈죄라는 것
대여금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서 돈이 저절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임의로 변제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하여는 집행이라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채무자의 재산을 찾아, 법원을 통해 강제로 팔아 돈을 받아내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절차를 피하려고 재산을 없는 척 숨기거나, 없는 빚을 있는 것처럼 꾸민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민사의 영역을 넘어, 형사 범죄가 됩니다. 형법은 이를 강제집행면탈죄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대여금 소송 1심에서 진 직후, 항소심 선고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자신의 유일한 부동산에 아들 명의의 가등기를 설정했습니다. 이유는 "임차인들의 거주 안전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렇게 해석하였습니다.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면탈할 의도가 있었다”
머뭇거림의 이유
그분은 두 차례의 민사 소송 내내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1심, 2심을 거치는 동안 감정적으로 흔들리지도, 포기하지도 않으셨습니다. 판결이 나기까지의 긴 시간을 조용히 기다리셨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형사 고소 앞에서는 멈추셨습니다.
"그래도… 경찰서에까지 불러들이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닐까요."
몇 년을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여전히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오히려 더 그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한 번 더 기회를 드려봅시다."
우리는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어둔 문
내용증명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담았습니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 사해행위취소소송 판결의 결과. 채무변제를 촉구하면서 앞으로 예정된 형사 고소와 강제경매를 예고하였습니다.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은 3년에 걸친 두 번의 판결 절차에서도, 판사가 직접 "천만 원 갚으시는 게 어때요?"라고 권유해도 꼼짝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대여금 소송 1심에서 졌을 때도, 항소심에서도 졌을 때도 침묵했고, 사해행위취소 판결이 나고 나서도 다시 항소를 택했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상대방은 우편물은 받아봤지만 아무 연락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차례
천만 원을 갚지 않겠다는 결정 하나가, 대여금 소송, 사해행위취소 소송, 내용증명, 형사 고소, 그리고 앞으로의 강제경매까지를 불러들였습니다. 상대방이 돈이 없는 분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절차를 감수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인지, 저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분께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는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야 할 때입니다."
당사자끼리의 소통이 닫혀 있다면, 때로는 국가기관이 그 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형사 절차는 민사와 다릅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그 어떤 사람에게도 가볍지 않은 무게입니다. 그 앞에서 비로소 무언가가 달라지기를 바랐습니다.
변호사의 마음에서
채무는 갚아야 합니다. 단순하고 오래된 원칙입니다. 법이 그것을 강제하기 이전에, 그 원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으로 먼저 존재합니다. "15일 후에 드릴게요." 그 말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그 약속이 지켜졌다면, 이 모든 절차는 없었을 것입니다.
법을 피해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법이 생각보다 멀리까지 닿는다는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민사 판결로 끝나지 않고, 형사 고소가 기다리고 있으며, 그 끝에는 강제경매도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쌓인 이자와 소송비용, 그리고 형사 기록이 남습니다. 처음에 그냥 돌려줬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었을 것들입니다.
법을 떠나서, 양심에 맞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지켜졌다면, 아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노이아의 법률 에세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