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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7-21본문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 이근배, <살다가 보면>
처음, 셋이서
셋이 모였습니다. 각자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나머지 둘을 불러 모았고, 셋은 역할을 나누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분이 맡은 일은 브랜딩과 마케팅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 그렇듯 첫해는 투자의 시간이었습니다. 초기 보증금을 각출하면서까지 비용을 줄였지만 손실이 났습니다. 셋 모두 월급 없이 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의 방향성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힘든 줄도 모르고 일에 몰두하였습니다. 제품의 이름 짓고,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상표를 출원한 후, 펀딩과 각종 행사 참여로 상품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이 가져온 균열
이듬해,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매출은 다섯 배 넘게 뛰었습니다. 셋이 함께 만든 브랜드는 자리를 잡았고, 매달 안정적인 매출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잘되기 시작하자, 관계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셋 중 자금과 전체 운영을 주도하던 사람이 새로운 목표를 세웠고, 나머지 한 사람이 이에 동의했습니다. 남은 한 사람은 그분이었는데, 그분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 돌아왔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합의한 주주 간계약서에서는 회사운영 결정방식을 다수결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합리적인 운영방법인 것 같지만 다수의 이름 아래 소수였던 그분에게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세
이틀을 고민한 끝에, 그는 손을 떼기로 하였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원망보다 아쉬움이 짙었습니다. 함께한 삼 년, 자신이 쏟은 시간과 만들어온 구조에 걸맞은 평가를 받고 정리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계가 끝나더라도 마지막은 서로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썼습니다.
돌아온 답은 정중했습니다. 노고에 감사하고,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제시된 금액은 법상 계산된 최저 평가액이었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이익도, 그분이 쏟아온 시간의 무게도 그 숫자 안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정당한 몫을 계산하다
그분과 함께 상황을 하나씩 짚어 보았습니다.
먼저, 지분의 가치입니다. 세법상 평가액은 과세를 위한 최저 기준일 뿐, 실제 거래 가치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회사의 영업이익률과 성장세, 앞으로의 사업 계획까지 반영하면 지분의 값은 상대가 제시한 숫자보다 분명히 커집니다.
다음은 상표권입니다. 그분이 이름을 짓고 출원 단계부터 참여해 만든 자산이었습니다. 상대방은 등록 비용만 받고 넘기라고 제안하였지만 이는 그가 쏟은 창작의 몫을 지우는 일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보증금입니다. 사업 초기에 그분이 부담한 돈이었습니다. 사업초기에 작성한 합의서에는, 회사가 안정기에 들어서면 반환해 준다고 기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안에는 아예 빠져 있었습니다. 있어야 할 항목이 없다는 것도, 협상에서는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퇴직금입니다. 이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정관과 이사보수규정 따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항목이었습니다. 협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과 법상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는 명확히 구분해서 다루어야 했습니다.
사람사이의 관계(일)를 정리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 들어갑니다. 때로는 그 감정이 합리적인 결정을 흐릿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씩 나누어 보면, 마땅히 받아야 하는 권리의 영역이 선명해집니다.
변호사의 마음에서
좋은 마음으로 미래를 꿈꾸며 함께 시작한 일이, 시간이 지나며 각자의 이해관계로 갈라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사람과 사업이 함께 자라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틈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이 쏟은 노력과 만들어낸 결과가, 이별의 순간에도 정당하게 셈해지도록 돕는 일입니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끝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의 값어치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떠나는 걸음이 씁쓸하더라도, 그 값은 제대로 받고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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