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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빛으로 피어난 이야기] 42. 변호사님, 제 변호사님이 사임하신대요!!! - 변호사 위임계약이 중도해지 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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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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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변호사님, 제 변호사님이 사임하신대요!!! - 변호사 위임계약이 중도해지 된 경우 대처방법



두려움을 직시하면 

호랑이도 물리치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아가, 담대하그라. 


-박노해, <호랑이 잡는 법> 중에서






다급한 통화

지방 출장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평소 용건을 먼저 밝히던 분이 다짜고짜 잠시 통화가 가능하냐고 톡이 왔습니다. 그 다급함이 심상치 않아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통화는 삼십 분 가량 이어졌습니다.

그분을 알게 된 것은 육 개월 전이었습니다. 당시 그분은 피소를 당해 소송 중이었습니다. 담당 변호사님이 따로 계셨지만, 제가 관심을 두는 분야였기에 진행 상황을 여쭈어보곤 했습니다. 그분도 굳이 감추지 않고 사건의 내용을 알려 주셨습니다. 민사로 시작된 사안이 형사로까지 번졌다가, 다행히 형사는 무혐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민사였습니다.

어제 첫 변론기일에 다녀왔다고 하였습니다. 평소처럼 진행사항을 공유해 주시는 거겠구나 했는데, 다음 이어지는 말이 진짜 용건이었습니다.


"변호사님, 제 변호사님이 사임하신대요!!!!"    


"혼자 하실 수 있겠어요?"

첫 변론기일 날, 담당 변호사가 예정된 재판 시간보다 일찍 만나자고 했다고 합니다. 소송 전략을 논의하려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들려온 말은, 더 이상 이 사건을 맡을 수 없다는 사임의 뜻이었습니다.

이제 막 재판이 시작된 참이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분은 1심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 믿고 착수금도 전부 지불한 상태였습니다.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면 애초에 혼자 시작했을 일입니다. 그 재판정에서, 판사가 다음 기일까지 준비서면 제출이 가능하겠냐고 묻자, 그 변호사는 옆에 앉은 그분을 돌아보며 이렇게 되물었다고 합니다.


"혼자 하실 수 있겠어요?"


의뢰인 입장에서 이보다 황당한 순간이 있을까요. 놀라움보다 먼저 온 것은 두려움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끈 떨어진 연이 된 듯한 느낌, 그것이 그분이 제게 전화를 건 이유였습니다.   


납득되지 않는 이유들

사임의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엔 개인 사정이라 했다고 합니다. 가족의 병환이 깊어져 간병에 집중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이유가 하나씩 더 붙었습니다. 법원이 너무 멀다고, 일 년 만에 겨우 첫 기일이 열린 것을 보니 사건이 더 길어질 것 같다고, 상대방 변호사가 바뀌어 내용 파악이 안 된 상태라 진행이 순탄치 않을 거라고, 원래 이 분야는 다른법원에 전문성이 있는데 처음부터 관할 이송을 했어야 했다고.

이유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오히려 진실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만두어야 할 사정이라면 그 하나로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여러 개를 겹쳐 쌓는 모습이 무언가를 감추는 듯했습니다.

 

하나씩 짚어보았습니다. 법원의 위치는 위임계약을 맺을 때 이미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새삼스레 문제 삼을 일이 아닙니다. 1심 사건이 일 년 안팎 걸리는 것은 흔한 일이고, 그 지연에 그분의 비협조나 과실은 없었습니다. 상대방 변호사가 바뀌어 내용 파악이 덜 되었다는 것도 그쪽 사정이지, 이쪽이 떠안아야 할 이유는 아닙니다. 이 사안이 반드시 특정법원에서만 다루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그분의 주소지에서 피소된 사건이라 관할위반을 다툴 근거조차 없었습니다. 설령 이송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소송 초기에 변호사가 스스로 판단해 결정했어야 할 문제이지, 재판이 진행된 뒤에 이제 와서 사임의 이유로 꺼낼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유를 하나씩 걷어내고 나니 남는 것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분으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는, 가족의 병환이었습니다.   


진짜 이유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소송 진행 경과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양 당사자가 서면 합의로 정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이 조항을 근거로, 앞으로의 준비서면 작성과 재판 출석에 별도 비용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분도 그 조항의 존재를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형편으로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미안해하면서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불과 3일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어렵다'는 한마디가 사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서 나열된 여러 이유들은, 어쩌면 그 한마디 뒤에 놓인 진짜 이유를 가리기 위해 동원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가족의 병도, 거리도, 재판부의 전문성도, 결국은 돈 문제 하나를 설명하기 위한 겹겹의 포장이었던 셈입니다.   


계약이 끝나도 남는 것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위임계약입니다. 위임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계약이기에, 누구든 언제든 그만둘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그만두면 사임, 의뢰인이 그만하라 하면 해임입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는 쪽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임인은 의뢰인이 혼자서 사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제 막 첫 기일을 마쳤고, 한 달 뒤 두 번째 기일이 잡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안에 상대방이 제출한 서면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준비서면까지 새로 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약사항 역시 다시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조항은 어디까지나 '서면 합의'가 있어야 비용이 조정된다는 뜻입니다. 합의가 없다면 계약은 종전 그대로 유지됩니다. 변호사가 그 조항 하나만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돈을 더 요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위임 업무의 범위가 '1심'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었습니다. 중도에 사임한다면, 착수금 중 그때까지의 업무 대가를 제외한 나머지는 돌려주어야 합니다. 

어떤 계약서는 착수금은 어떤 경우에도 반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원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사자 간의 계약이니 그대로 인정될 것 같지만, 그 조항이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약관이고 고객인 위임인에게 현저히 부당하게 불리하기에, 그 조항은 무효라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특약사항은 일방적인 추가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위임 범위가 1심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중도 사임 시에는 미이행 부분에 해당하는 착수금을 돌려주어야 하며, 설령 계약서에 반환 불가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니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남겨진 선택

들으면 들을수록, 그 변호사가 의뢰인을 부당하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판단한 대로 말씀드렸습니다. 변호사의 사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에 맞춰 정산은 제대로 하셔야 한다고요. 사임으로 인해 새 변호사를 다시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 비용의 일부라도 보전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중에 넘겨받는 사건은 준비기간이 촉박한 탓에, 처음 착수금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분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 변호사를 소개해 준 인연도 마음에 걸렸고, 일 년을 함께 고민해 온 사람이라는 사실도 쉽게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변호사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 요구하는 일이 가당키나 한지, 그래서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은 다른 변호사를 새로 선임해 정산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분이 그것조차 엄두를 못 내겠다 하시기에, 정 어려우면 제 명의로라도 나서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도 이대로 아무 일 없듯이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꼭 이겨야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은 그분에게 남아 있습니다.   


변호사의 마음에서

변호사가 사건을 그만두어야 할 사정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만두는 방식과 정산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의뢰인이 감당해야 할 몫과, 변호사가 책임져야 할 몫은 분명히 나뉘어 있습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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